물줄기를 찾아서

August 12th, 2010

내가 무딘 축에 드는 인간이기는 하나, 이런 건 나도 조금 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면 좋은 기운이 난다는 것 말이다.

오늘 저녁 60이 다 되셨으나 세상 전체를 탐구하시느라 나이드실 새가 없으신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을 만나 몸과 마음의 밥을 얻어먹고 왔다. 어려서 그분이 쓰신 사회과학 이른을 읽으며 나는 유럽의 사민주의와 복지국가에 대해 배웠었다. 20여년이 지나서 그분을 직접 뵙다니 인생도, 사람의 인연도 참 모를 일이다.

어쨌든, 지금도 논문을 쓰는 우리 학생들보다 더 신명나게 공부하시는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게 있었다. 30년 넘는 공부가 정말로 계속 재미있으신지, 힘겨운 날들은 많지 않으셨는지…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해보아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그 무엇을 디립다 디립다 파 봐라. 그러다 물 한모금 얻으면 목 축이고, 그 힘으로 또 디립다 파들어가다 또 물 한모금 모이면 떠 마시고…그러다 보면 사통팔달로 물길은 불길처럼 번져가고 광맥찾는 즐거움, 수맥찾는 즐거움, 중간 중간 물떠먹는 즐거움…그게 다 저마다의 공부고 사는 일이다. 때로 디립다 팠으나, 말라버린 땅일수도 있고, 딱 한바가지 물 뜨고 그만인 땅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땅을 다시 처음부터 파야 할때는 참으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그 모든 땅파기, 새로움을 찾아 배우기를 그만두는 순간이 바로 그 인간이 죽는 순간인 것이다. 늙지 않고 싶다면 계속 너만의 땅을 깊이 파고 또 파라…

이렇게 써 놓고도 난 또 까마득하게 잊고 얼마간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파기로 하자. 그것이 맨땅이든 물이 펑펑 솟는 오아시스든, 파보아야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래도 계속 궁금기는 하다. 지금 파는 이 땅 밑에서, 나는 과연 내 마실 시원한 물 한바가지는 건질 수 있을려나, 어쩔려나…

폭풍우 다녀간 자리…

August 11th, 2010

A Path at Mendota Lake다시 블루투스이야기다^^
새벽에 전화기로 찍었던 사진을
랩탑으로 시험전송해보았다.
결과는..하하..역시 잘 왔다.
기분이 좋으니까, 보너스다!
내가 매일 다니는 학교 가는 길…
맨도타 호수의 숲길이다.
천둥번개치던 밤이 있었다.
이튿날 새벽,
말짱하게 개인 숲길을 달리는데,
이렇게 부러진 가지들이
툭툭 널부러져 있는게 아닌가.
나무들에겐 미안하지만…
그 또한 정말 아름다왔다.
모두 다 그대로 제 모습인 듯 했다.

세뇌의 효과

August 11th, 2010

매디슨에 와서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일은 ipad를 들고 뛴 일이다. 전화기의 메모리카드 어댑터를 안가지고 와서, 전화기를 들고 음악을 듣거나 파드캐스트를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책가방에 ipad를 넣고 달렸는데…참으로 무겁고 불편하고 우스운 모습이었다. 얼마전에 너른나무와 어린나무와 웹캠 채팅을 하다가 내가 어떻게 달리는지 보여주었더니, 그 우스꽝스러움에 모두 뒤집어졌다. 그때 너른나무는 왜 블루투스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101% 확신에 넘쳐 내 랩탑은 블루투스를 못읽는다고- 가끔, 나의 절대적 확신이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 의아해질 때가 있다- 단박에 받아치고 그것으로 땡~했다. 그 후로도 계속 나의 무거운 뜀박질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방금 전에 논문 하나를 써머리하다 슬슬 심심해지는 것이다. 화면 제일위의 블루투스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0%의 기대로 클릭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내 전화기와 이미 통해 있다. 그래서 다시 안될거라는 99%의 확신을 가지고 U2의 노래 한곡을 보내 보았다. 갔다. 5초후 내 전화기에 들어간 Bono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혼자 스스로 무의식중에 내뱉은 자발적인 한마디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아는가. “역시 너른나무 말을 들었어야 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니깐…”

잠시후에야,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맙소사…지난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온 그 지겨운,  그 가당치도 않은 말을 지금, 내가 내 입으로 했단 말인가!

역쉬, 세뇌의 효과는 무섭다. 그래서 세뇌교육은 안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부터는 가볍게 달릴 수 있다. 얏호!!! 집에 돌아갈 날을 딱 사흘 남긴 밤에 해낸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었다……

*별*짓에 대한 1차 보고

August 11th, 2010

<Eleutherococcus senticosus leaves: From http://en.wikipedia.org/wiki/Eleutherococcus_senticosus>

안다. 참 별 짓을 다하고 있다.

이쁘장하게 생긴 풀잎사기가 무언고하니, 이른바 siberian ginseng, 우리말로 가시 오가피이다.
처음에 시베리아산 인삼이려니 하고 wiki를 찾았는데, 약간 다른 놈이였다.
오가피라…이번 여름에 엄마가 해주신 백숙이 바로 오가피 백숙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닭고기도 싫어하고 뭔가 이물질이 섞인 음식도 싫어하는지라 나는 단 한입도 안먹었는데…
참으로 잘못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이 가시 오가피란 놈은 이렇댄다.
Taken regularly, it enhances immune function, decreases cortisol levels and inflammatory response, and it promotes improved cognitive (@@) and physical performance.

기억력을 높여주고 공부를 잘 하게 해준다니 참으로 마음에 드는 놈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목이 매우 걸린다.

In human studies Eleuthero has been successfully used to treat bone marrow suppression caused by chemotherapy or radiation, angina, hypercholesterolemia, and neurasthenia with headache, insomnia, and poor appetite.

흐음…불면증과 식욕부진을 고쳐준다니…상당히, 아주 많이 걸린다.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나는 그런 장애를 매우 필요로 하는 종류의 인간인데…지금도 충분히 먹고 잔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Eleutherococcus senticosus has been shown to have significant antidepressant effects in rats.

사는거다!!! 안그래도 자꾸만 우울해지려는데,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머리도 또이또이해진다니, 그것으로 족하다. 오가피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말이다.

그래서, 급 달려나가 GNC로 갔다. 거금 9불을 내고 약 한통을 사가지고 들어와 두알을 단박에 털어넣었다. 지금은 밤 11시 01분…여전히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과연 약효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좀 더 두고, 먹고 보기로 하자.

디펜스 단상

August 10th, 2010

오늘 디펜스를 마친 나이어린 과선배를 만났다. 코스웤 2년차 1학기에 나는 그 친구와 정책개론과목 TA를 했었다. 매일 아침 헐레벌떡 수업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졸린눈으로 “피곤”에 대해 하소연을 할 참이면, 이 친구는 내게 말했다. 피곤하다고, 어제밤에 충분히 못잤다고 인정하는 순간, 피곤이 너를 덮칠 것이라고…하지만, 우리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훨씬 쎈놈이니 걱정말라고, 이 친구는 내게 말했었다.

오늘 거의 2년만에 이 친구를 만났다. 디펜스를 끝낸 직후라서, 아직도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는 듯한데, 이 친구가 말했다. 아침에 자기 어드바이저를 만났는데, 눈물이 났다고…  엄마한테 전화드렸냐고 물었더니, 전화는 했지만 엄마에게 자기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일뿐이라고 짧게 덧붙였다.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세상에 아무 의미없는 자식은 없는 법인데…하지만, 자주 말하고 되새겨주지 않으면, 우리를 속이는 생활 속에서, 아주 자주 우리 자식들은 그걸 모르거나 혹은 잊어버리곤 하는 거다. 오늘 어린나무와 전화할 때 단단히 말해주어야겠다. 너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이라고…말이다.

몇년간 지도교수 몰래 (논문에 올인하지 않으면 쫓아낸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이중생활을 해 온 이 친구의 생활을 알기에, 6년만의 졸업이 내게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다. 대체 무엇을 한거냐? 대체 어찌 한 것이냐?라는 나의 다그침에, 돌아온 대답이,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논문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저녁먹고 언제나 8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썼단다. 그리고 2시간을 자고 다시 일하러 가는 생활을 두달 채 못되게 했단다. 으윽~ 묻지 않았어야 했다. 알지 않았어야 했다.

그것이 인간이 할 짓이냐!?!?라는 경악에 가까운 나의 물음에 시베리안 인삼을 먹어보라고, 그거 안먹는 날은 자기도 그대로 앉아서 잠에 골아 떨어지곤 했단다. 그래도 자기는 합법적인 약물에 의존했지만 자기가 로스쿨을 다닐 때는 정말 처방된 약물을 먹고 잠을 안자고 버티던 놈들이 아주 많았다고 덧붙였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혼자 가슴에 손을 얹고 앉아 있다. 잔물결처럼 뭔지 모를 죄의식이 가슴 한가운데로 사르르르 밀려왔다 밀려가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아직도, 나는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약을 먹지는 않아도, 약을 먹은 듯이 마음을 다스리면서 부지런히 쉬지 않고 계속 가야 볼 수 있는 것이 졸업이라는 끄트머리인 것이구나…그런 생각을 했다.

36살 인생 중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첫날을 사는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는 이 녀석은 오후 4시에 학교 호숫가 테라스에서 지도교수랑 맥주파티를 할거라고, 꼭 오랜다. 아직도 어리고 여린 선배의 새 인생을 축하해주고 싶은 의리앞에서, 마음의 결기를 다지고 오늘 일을 해야 한다는 실리가 자꾸만 약해지고 있다.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 녀석을 위해 잠깐이라도 얼굴 내밀고 올까, 말까, 올까, 말까…고민하고 있다. 으, 내 인생의 문제는 바로 이거다.

이상, 남의 디펜스에 대한 단상이였다. 다음에는 꼭, 내 디펜스에 대한 단상을 써야 겠다!!!

Stan meets Chets

August 7th, 2010

맙소사, 아이오와를 떠나와서 처음으로 Stan Gets를 들었다. 내게 Stan Gets는 낯설음이고, 가로수가 서있는 텅빈 길이고, 그리고 지지 않을 기세로 타오르는 붉은 노을이다. 아니 어쩌면 어린나무없던 시절의 아이오와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Stan Gets & Chet Baker의 Dear old Stockholm…한번도 가보지 않은 스톡홀름을 오늘만 벌써 몇번 다녀온 기분이다.

거듭나기

August 7th, 2010

우리 부모 일찍이 날 왼손잡이로 나으셨으나 오른손잡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나면서 양손잡이로 사회화 되었다고 믿었다. 지난 이틀간 프로젝트와 관련된 연구주제의 문헌을 찾으면서 했던 수만번의 마우스 클릭질이 기여코 일을 냈다. 오른쪽 등짝과 어깨에서 팔꿈치로 이르는 지점이 결리기 시작, 급기야 고개와 어깨돌림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마우스질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양손잡이쟎아하면서 호기롭게 마우스의 위치를 옮겼으나……한나절에 걸친 부자유한 왼손클릭질을 하면서야, 나는 내가 마우스에 관한 한 완벽한 오른손잡이 절름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일까. 개중 얼마나 가짜 나일까. 하기사, 진짜배기와 가짜의 구분이 정말 있기나 한 것일까…..

어쨌거나, 오른손잡이가 된 왕년의 왼손잡이는 오늘 결심했다. 왼손에게 햇살을! 왼손에게 기회를! 왼손에게도 다시 갱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비결

August 3rd, 2010

박사공부의 성패는 3%의 노력과 97%의 인터넷 억제능력이라고 누군가 말했단다.
3주간 인터넷 완전 억제에 성공한 우리 방의 선배가 말했다. 그녀의 눈물겨운 성공비결은 첫째, 자신을 제 3자로 지켜보면서 대화하기, 둘째, 위기의 순간을 넘길 때마다 자신에게 상주기…이를테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다. “뭐시기야, 너 지금 인터넷질을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구나. 하지만, 참 잘 참았다. 그러니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먹으렴…” 뭐 이런 식이란다. 그러면 처음 일주일 정도는 먹는 비용이 방값(?!?!)에 버금가지만, 점차 리워드의 횟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란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동안 프로포잘을 끝내고 가려면 나에게는 6%의 노력과 194%의 인터넷 억제능력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내게는 아이스크림처럼 비싸지도, 살찌지도 않는 강력한 리워드가 있지 않은가. 학수고대 나를 기다리는 어린 나무와 너른 나무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인터넷을 억제하고, 오로지 자판위를 달리는 거다…아자!!!

Hmmm…

July 30th, 2010

…동병상련…

나에게 묻는다

July 23rd, 2010

오늘 아침, 이 그림이 있는 NPR의 기사를 어린나무에게 보냈다. 온갖가지 벌레를 사랑하는 아이의 두손에 이 연두의 예쁜 벌레를 살며시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기사의 제목은 Step By Step, Caterpillars Go Gut First! 온몸에 뼈다구 하나없는 애벌레가 어떻게 기어가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란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애벌레가 한발 한발 움직이는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해 창자를 밀며 배치기를 하며 가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애벌레는 많이 먹어야 하는지도 모른단다. 창자를 보호하기 위해…그러고보니 우리 아이가 어려서부터 사랑해온 The very hungry caterpillar의 이야기는 대단히 과학적이다.

어쨌든 앞으로는 애벌레를 보고 징그럽다고 하지 말지어다. 함부로 떨쳐내고 함부로 걷어차지도 말지어다. 한발한발 온마음과 온몸을 다해 기어올라온 이 작은 벌레가 오늘 아침 나에게 묻는다.
“정녕, 이것이 너의 최선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