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May, 2009

남은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Friday, May 29th, 2009

이제 그를 보낸다.
잘 가요, 촌뜨기 노무현.
남은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김어준, 한겨레 신문 2009년 5월 28일

향 한자루 피우면서, 나도 마지막 인사를 보탠다.
잘가요. 부디 편히 쉬세요.
남은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힘을 내자

Tuesday, May 19th, 2009

1. 지난주 목요일, 하루종일 페이퍼를 리바이즈하느라고 바쁜 날이었다. 너른나무가 늦게 귀가할 예정이라, 나는 어린나무와 주전부리 과자, 과일 등등으로 저녁을 떼우고, 계속 내 작은 랩탑안의 세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혼자 토토로를 보던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눈 아프겠다. 머리도 아파?” 고개를 들어 사려깊은 눈을 하고 서 있는 아이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침침한 눈이 환해지고, 찌끈거리던 머리도 말끔해지는 것이 아닌가…그야말로 힘이 났다.

2. 그날밤이다. 밤 열시안에 페이퍼를 내느라고 동동대고 있었는데, 아이가 피아노 치는 걸 봐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아이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함께 피아노를 몇곡 치기도 했다. 단순한 피아노음들이 어찌 이리도 좋은지, 구슬프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그렇게 얼마간을 놀았나보다. 그랬더니, 어린나무가 갑자기 말했다. “이제 됐어, 엄마. 빨리가서 페이퍼써!”
“아니아니, 괜찮아. 엄마,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께.” 하는 엄마의 엄살에 아이는 무지 단호한 표정을 하면서 말했다. “엄마, 오늘이 데드라인이쟎아. 데.드.라.인! 빨리 해. 엄마 데드하면 안되쟎아!!!” 며칠전 이 아이는 이 새로운 단어를 배웠는데, 아마도 너무 인상적이었나보다.

3. 지글지글 타오르는 주말이였다. 아이를 데리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바다를 다녀왔다. 한국장에서 김치며, 이런저런 먹거리를 사가지고 집에 오니, 어느새 7시가 넘었다. 너른나무와 분주히 밥을 앉히고 갈치를 굽고, 해초를 무치고, 새로산 김치를 꺼내서 저녁을 준비했다. 이렇게 둘이서 함께 부엌일을 한지 어언 10년, 우리는 꽤 손발이 잘맞는 부엌 파트너인지라, 순식간에 저녁상을 차리고, 배튕기며 달디단 저녁을 먹었다…저녁을 마치고 뒤뜰에 찬바람 쌔며 나란히 너른나무와 앉았는데, 갑자기 너른나무가 이렇게 말했다. “시원한 나무야, 저녁준비를 같이 하면서, 내가 참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요즈음 피곤하고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그게 이렇게 너랑 같이 뚝딱뚝딱 밥해먹는 재미가 없어서 그랬던가봐…
사실, 그동안 집안일을 뒤로하고 일을하거나 공부를 해야 할때,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밥을 먹을 일’이었다. 사는게 흥이 날 때면 그저 한번 뚝딱거리면 맛난 끼니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부치고 힘이 든날엔, ‘그저 밥’을 하는 그 자체가 참으로 수고로운 노동인 것이다. 그래서, 페이퍼도 안써지고 공부도 안되고, 모든 일이 허투로 꼬여지는 날, 게다가 너른나무가 홀로 부엌에 서서 퉁퉁부은 얼굴로 밥을 하는 것이 보이는 날이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했다. “누구 하나, 이 세상에서 나를 위해 기쁘게 밥을 지어줄 사람이 없구나…”

그런데, 너른나무가 하는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함께 하면 참 즐거운 일을 함께 하지 못해서 혼자 밥을 하는 일이 힘이 들었다는 말이, 너를 위해 기쁘게 밥을 해주마하는 말보다 왜 뭉클해지는 것일까. 아마도 그 말안에 담긴 진정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세상 어디에도 누군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즐거운 밥하기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말을 해준 너른나무가 참 고마왔다.

깨달음

Sunday, May 17th, 2009

1. 마음의 평안을 얻는 법에 대해…의외로 쉽다. 그저 딴짓만 안하면 된다.
단순한 몰입, 몰입, 몰입…딱 육개월만 그렇게 살면 그 다음은 득도다. 엄마는 이런 걸 깨달음이랍시고 한다.

2. 그런데, 아이의 깨달음은 기특한 구석이 있다.
오늘 대망의 중국어 기말 시험이 있었다. 두학기째 다녀온 중국어 학교의 시험을 앞두고 사실 두 나무가 한 일이란 별로 없다. 시험은 시험인지라, 신경을 좀 써주고 싶었지만, 시원한 나무는 제코가 석자였고, 너른 나무는 까막눈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무언가라고 물어올라치면 우리는 그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전 찾아봐봐봐~!” 어젯밤, 이렇게 아이 혼자 책을 찾아가면서 이번주 숙제를 하는 것으로 시험준비를 대신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아이는 시험을 봤다.

그런데, 시험을 끝내고 나온 아이가 참으로 뜻하지 않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쉬웠어요…” 시험을 잘보면 레고를 사달라고 졸라대던 아이의 잔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뭐가 나왔디?”하고 시원한 나무가 물어보니, 시험문제를 줄줄 읊어댄다. 딱 하나, 헤깔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봄’의 성조였단다. 그런데, 엄마가 하늘이 똑바로 머리위에 있어서 평성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춘티엔’위에 둘다 평성을 붙였단다. 이런, 센수쟁이가 같으니라구!하며 기뻐하는 팔불출에게 아이가 마지막 쐐기를 박듯이 결론을 내려준다. “엄마, 시험지를 냈더니 선생님이가 쓰윽~ 보고, 굿! 다 맞았구나…그랬어요.”

아아아~ 시원한 나무, 이 대목부터 다시 살짝쿵 혼란스러워진다…이 아이는 레고에 대해 시험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절대 조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 계속 이렇게 우회해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워지면서 동시에 사실의 진위에 대해서조차 갸우뚱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아이가 계속 재잘댔다. “그런데, 엄마, 시험지를 내는데, 션은 답을 못쓴 문제들이 굉장히 많았어…션은 중국어 숙제를 할 때마다 엄마아빠가 답을 다 알려주거든. 내생각에 그래서 션은 혼자서는 문제를 못풀게 된것 같아……”

오호라~ 이만하면 득도의 경지가 아닌가. 빙고!!! 시험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이 기특한 깨달음을 한 아이에게 레고를 정말로 사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매.디.슨. 간.다.

Thursday, May 14th, 2009

6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매디슨에 있을 것이다.
방금 비행기표 끊었다.
며칠전부터 비행기표 가격을 뚫어지게 보다, 얻은 결론은 더 이상 재지 말자다. 달러가 내리고 오일은 오르고, 그리고 여름휴가가 다가오고 있다. 허나, 더 내린다해도 어쩌랴…일단 정하고 나니, 싼표를 헤매고 찾아헤매는 더 이상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속이 편하다.

어쨌든 이번 여름 나는 매디슨에 간다. 그런데, 마치 친정에 가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져서 기쁘다

Tuesday, May 12th, 2009

아이가 수영을 시작한지 1년하고 4개월이 되었다. 작년 1월 1일부터 우리 가족은 동네의 가까운 짐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 수입으로는 좀 많이 비싼 곳이었지만, 일단 회원이 되면 아이의 수영그룹레슨, 나의 요가클래스, 그리고 너른나무와 어린나무의 테니스가 모든 꽁짜로 해결되는 것이라 무리를 하기로 했다. 아이는 그렇게 수영레슨을 시작했다. 아무리 일년내내 실외 수영이 가능한 캘리포니아라해도 겨울우기에 수영은 사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어린나무는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일주일에 한번 30분짜리 수영레슨을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급노화하여 추위를 과도하게 타는 시원한 나무는 작년 가을이후 풀에 몸을 담근 적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혼자 묵묵히 레슨을 갔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이와 수영을 했다. 햇빛이 좋은 주말이었다. 아이와 자유형, 배형, 평형, 그리고 시늉뿐인 접형을 기본으로, 아이가 만들어낸 듣도보도 못한 동물형 (펭귄형, 나무늘보형, 돌고래형..) 헤엄을 치면서 우리는 수영장을 누볐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에게, 찍고 턴하는 터닝기술도 앞으로 돌고 찍기, 뒤로 돌고 찍기로 나누어 가르쳐주었다. 장~~족의 발전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이태전만해도 지 에미의 목을 끌어 안고, 엄마엄마 하면서 코알라처럼 붙어 다니던 어린나무였다.

마침내, 우리는 어머니날 점심내기- 이 코흘리개가 돈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게임은 내기를 해야 흥이 나는 법인께로…- 수영경주를 했다. 자유형과 평형을 번갈아서 왕복 2회, 배형으로 왕복 1회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때까지도 나는 일곱살짜리 경력 1년반의 아마추어가 속으로 만만했다. 슬렁슬렁 봐줄까말까 하는 망설임까지 하면서 헤엄치기는 시작되었는데,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이 아이는 어느새 물개로 변해버렸다. 한바퀴를 돌 때까지는 혼신의 힘으로 아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바퀴 턴을 하고 부터는 숨을 헥헥거리며 사지를 저었으나, 압도적으로 아이에게 져버리고 말았다…어머니날 경축 점심을 어머니 스스로 쏘게 되는 서글픔을 뒤로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와 행복이 포르르르르 떠올랐다. 지고 나서 느끼는 이 충만한 행복을 세상 또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인가…어쨌든 져서 기쁜, 참 좋은 어머니날이었다.

레이다를 켜라!

Monday, May 11th, 2009

며칠전 메일을 한통 받았다. 살아가는 것이 각박해지고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일이다. 실제 우리 동네에서 지난 며칠동안 두건의 사건사고가 있었는데, 하나는 학교에 애를 데려다주러 간 사이, 주차장에서 차창을 부수고 발생했던 도난사고, 또 다른 한건은 한 라티노가 트럭을 몰고 길거리에 서있는 차들을 들이박고 다닌 사고였다. 이런류의 사고가 한밤중보다는 새벽녘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단다. 왜일까? 왜 그 라티노는 그냥 차창을 깨고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박고 담벼락을 치면서 새벽을 질주했던 것일까? 극단적인 박탈감으로 인한 일종의 반달리즘이 아닌가 싶다. 벤츠나 BMW, 폭스바겐, 아우디 이런 비싸디 비싼 차들이 천지에 깔려있는 동네에서, 차가 없어서 학교까지 왕복 40-50분을 걷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어린나무의 한 라티노친구는 지난 2년동안 반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단 한번도 오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불쑥 등 뒤로 어린나무가 달려와서 “어, 제니아줌마 메일이네..”하면서 메일을 함께 읽기 시작했다. “어린나무, 아줌마가 그러는데 이게 진짜 우리 동네 가차운 데서 일어난 일이란다….”하고 설명을 좀 해주려는 참인데, 아이가 되물었다. “어어, 이거 며칠전에 일어난 일인데… 엄마는 몰랐어?” “아이구, 어린나무는 학교에서 벌써 들었구나…”했더니, 어린나무가 대답했다.
“아니아니, 이거 며칠전 뉴스에 나왔던 거야, 엄마.”

뉴스도 책도 안읽고 산지 오랜세월인 시원한 나무는 할말을 잃었다. 화끈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두해 전, 매디슨에서 너른나무와 헤어져 살던 시절, 아빠가 그리운 아이는 어느날 아빠에게 듣도 보도 못한 뉴스 DVD라는 깜짝선물을 보내자고 했었다. 이렇게 깜찍한 생각을 했던 녀석이, 어느새 아빠와 꼼짝않고 앉아 뉴스를 본지 2년째다. 아빠가 늦게 오는 날도 5시가 넘으면 조르르 달려와서 말하곤 한다. “엄마, 우리 뉴스보자!”

그래서인지, 일곱살박이 아이는 세상돌아가는 소식에 참 밝다. 가끔씩 뉴스 브리핑도 해주고, 커멘트도 하는 속이 멀쩡한 어린나무를 보면서, 시원한 나무는 머리가 뺑그르르 도는 기분이다.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분야라서 시작한 공부인데, 나는 전공책과 통계학에 머리를 박고 서 있는 타조가 된 기분이다. 옆도,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멍텅구리 세월을 보낸 뒤에, 마침내 걸머쥘 나의 학위란 얼마나 헛헛한 것이란 말인가. 예전에 나의 지도교수가 말했다. 건강이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하고 또 재생산하는가를 공부하는 분인데, 박사를 하는 동안 디립다 논문과 전공만 팠단다. 그리고 학위를 받고 눈을 떠보니, 세상은 눈 돌아가게 바뀌어버렸는데, 자신은 여전히 5-6년전의 세상에 머물고 있었다는 거다…

글쎄다. 아직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훨훨씬 더 부지런하고,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백인이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몇년을 도닦듯이 공부했다는데, 똑똑하지도, 부지런하지도, 게다가 영어가 언제나 핸디캡인 나는 대체 말해 뭣하랴…두리번거리지 말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관심과 자기분석이 없이 보낸 잃어버린 몇년이 공부가 끝나고 나면 어떻게 단번에 메꾸어질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을 향한 레이다를 켜놓고 부단히 세상과 접속하는 것이, 자신의 세계에 대한 최대한의 집중과 정말로 대치되는 일일까…그건 아니지 싶다. 불그락 푸르락 낯빛을 한 채, 시원한 나무는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세상없어도 아이와 저녁 뉴스를 함께 봐야겠다고. 그게 어쩌면 저녁밥을 짓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교육의 효과

Sunday, May 10th, 2009

어린나무가 요즘 바쿠간이라는 기기묘묘한 일본발 중국산 장난감에 폭 빠져있다. 작년말 혜성과 같이 등장한 바쿠간으로, 이제 포켓몬의 시대는 갔다. 그런데, 이 바쿠간은 포켓몬 카드의 3D 버젼이다. 수많이 변종들이 등장하고, 걔들은 다양한 GPower를 가지고 장렬히 전투에 투입된다. 마치 포켓몬 카드처럼 아이들은 바쿠간의 전투에 열광하고, 바쿠간을 교환하고, 사도사도 목말라한다. 게다가 이놈들은 그 비싼 포켓몬보다 더 비싸기까지 하다.

지난번 생일파티를 기화로 어린나무는 바쿠간을 23개가 보유한 바쿠간 보유 5인자안에 등극했으나, 이 아이의 바쿠간을 향한 욕망은 그칠줄을 모른다. 그리하여, 지난달, 아주 단호하고 과감하게 큰 두나무는 어린나무에게, 더이상의 바쿠간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필요없는 소비를 자꾸만 하는 사람은 지구에게도 미안하고, 나중에 정말 필요할 지 모르는 돈을 다 써버리고, 집을 날리는 홈리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요즘 하도 포클로져니 모기지를 못갚고 야반도주니…온갖 흉흉한 집잃은 사례들이 뉴스에 보도되고 있는지라, 교육의 효과는 엄청났다. 그리고나서 아이는 바쿠간을 사달라고 조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저 꿈같은 선망의 눈을 하고 가게에 놓인 바쿠간을 안타까이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와 아이 친구 션을 데리고 중국어 학교에 가는데, 션이 자기는 바쿠간이 37개나 있으며, 50개, 백만개 (갑자기 웬 백만개)까지 바쿠간을 모을거라고 엄청난 포부를 밝혔다. 그랬더니 우리의 어린나무가 눈이 똥그래져서 말했다.

“션, 너 홈리스가 되고 싶어?”

삥뜯는 학교, 삥뜯는 사회

Sunday, May 10th, 2009

지난주 학교에서 교육기금 마련을 위해 아이들이 걷기대회 (이름하여 Walk-a-thon)를 한다는 돈을 기부하라는 봉투를 받았다. 지난 학기에 이미 한번 했던 걷기대회 (원래는 1년에 1번했다)를 새삼 또 한다기에, 왠 Walk-a-thon?했더니만, 어린나무가 아주 진지하게, 우리 학교가 돈을 많이 잃어버려서 우리가 열심히 걷고 달려야 한다고 대답해주었다.

지난해 Lehman Brothers파산으로 150 million 달러의 (그냥 큰 숫자는 큰 돈이려니 하고 넘어가는터라, 이게 대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거금을 카운티 투자펀드가 잃어버렸고 교육예산 삭감, 위기…등등 빈번한 교육재정 위기 통지를 받아온 바 있다.

결국, 또 관리자의 무능으로, 교육시스템의 문제로 불거진 교육재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가뜩이나 얄팍해진 주머니돈을 속수무책으로 또 털어 넣어야 할 상황이다. 아이를 볼모로 잽힌 죄다.

한심하고 억울한 심정에 며칠을 두고 돈을 보내지 않았더니, 어제 스쿨디스트릭트에서 가정통신문 한장이 왔는데, 이게 거의 협박의 수준이다. 한집당 최소 $25을 내야 하고, 이번 걷기대회가 성공하지 못할 시, 내년부터 초딩 4학년부터 8학년까지의 음악수업이 없어질 거라구, 특히 현재 3학년 학생들의 부모들은 유념하라고 했다. 삥뜯는 경찰에 대해 평소 깊은 유감을 가지고 있던 시원한 나무, 그보다 높은 삥뜯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더 깊은 유감을 가슴에 품었으나 이번에는 돈을 늦게내는 것으로 조금 앙탈을 부릴뿐, 잽힌 아이의 안전을 위하여 과감히 투항을 결정, 돈 30불을 봉투에 넣었다. 씁쓸하다. 돈 30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언제까지 학교는 이런식으로 아이들의 다리품을 팔아 학부모들의 유리지갑에서 삥을 뜯어 문제를 해결할 셈인지 그 비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답답함을 느낀 거 나 혼자만이 아닌 모양이다. 결국 돈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서 아이가 덧붙인 말이, “엄마, 근데 이번에는 아직까지 아무도 돈을 안가지고 왔어요.” 내일모레 걷기대회까지는 불과 이틀이 안남았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그 많은 삥들은 대체 누가 다 먹었을까…”

데이타와 함께한 이주일

Friday, May 8th, 2009

말그대로 데이타와 함께 한 이주일이었다. 원래의 야심찬 계획을 단 일주일만에 모두 접고, 가장 쉬운 방식으로 데이타를 만지고 돌렸다. 만만하게 덤비다가 큰코를 닥친 꼴이었다. 원하던 결과가 안나왔고, 나는 원하는 결과를 보기위해 사흘 밤낮으로 모델을 바꾸고 또 바꾸었다. 사망의 골짜기를 건너면서 가족관계가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고, 나의 자존감은 거의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어찌어찌 미약한 결과를 에둘러치면서 작업은 마무리되었다. 얼치기 약장사로 남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이주간의 데이타웤의 교훈이다.

울렁울렁 그렁그렁

Friday, May 8th, 2009

매디슨에서 함께 공동육아를 했던 지나네 아빠, 우리과 선배가 어제 성공적으로 논문 디펜스를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침에 축하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정말정말 축하한다고, 마음깊이 축하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눈물이 찔끔 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마음 깊이 축하를 한 모양이다.

매디슨에서 같은 선생님의 프로젝트 일을 했던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지도교수를 몇차례나 바꾸고, 프로포잘을 몇번 다시 써야 했던 언니가 지난 해 새로운 지도교수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목소리도 날개를 달은듯 밝고 경쾌했다. 올해 여름에 논문 디펜스를 할 예정이란다. 마음 깊이, 아주 깊이에서 고맙고 감사했다. 또 눈물이 찍~ 나오려고 했다.

이 끝이 없어 보이는 지난한 길을 그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을 이제 마무리한, 혹은 마무리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감사하고 눈물겹다. 지난 겨울 논문 프로포잘을 밤낮없이 쓰다가 숨이 확 멎어버릴 때 그냥 그길로 포기하려고 했었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막혔다. 숨이 확 멎을 것 같은 막막함, 두려움, 절망…그게 무언지, 조금은 알기에, 이제 조금은 알기에…눈물이 대책없이 왈칵대고 가슴이 대책없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나도 지금 이 긴 터널을 지나면, 나처럼 눈물 콧물 찍으며 바닥을 후비고 있는 내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내로, 그저 엉덩이로 그 긴 시간을 버티어 내라고. 그리고 나면 어느새 끝이 보일거라고, 그리고 끝이 보인다 하는 순간에 끝을 내고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