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February, 2009

서 있는 자리의 차이

Wednesday, February 25th, 2009

입장의 차이란 일테면 이러한 것이다.

경찰차가 싸이렌을 엥엥~거리며 달려가는 대목이다.

“야~ 저 경찰들 지들이 무슨 양아치냐? 한놈 잡으면 왜들 저렇게 개떼같이 몰려가는 거야? 나참, 캘리포니아 주가 파산한다더니 돈이 없긴 없나보다. 하루에도 내가 두세번은 본다니까… 쟤들 삥뜯는 거…”

모범운전 10여년만에 한두번의 위반으로 엄청난 벌금을 내야 했던 범법자 시원한나무의 말에, 무리한 차선변경과 위험운전을 가끔 일삼기도 하나 한번도 법의 망에 포착, 엄벌된 적 없는 자, 너른나무가 대답했다.

“야, 너는 인간이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다가 말을 하냐? 경찰들이 뭐 삥뜯고 싶어서 뜯겠냐? 경제가 하도 어렵고 사는 게 점점 척박해지니,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그래서 교통위반도 더 많이 하는구나…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냐?”

이렇게 서 있는 자리는 보는 각도와 눈을 결정한다.

며칠전, 파트타임으로 강의를 하던 너른나무의 동료 하나가 본업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짤렸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월급이 올랐다고 좋아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았다. 올 가을 한달간의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그와 그의 약혼녀가 모두 실업자가 되었단다. 너른나무는 그와 술을 마셨고, 침울한 얼굴을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 아침 뉴스는 전하고 있다. 실업자가 900만을 넘어섰다고, 실업수당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그런데도 지난 일주일간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업자가 63만명에 육박하다고…그리고 Micro Soft의 감원 소식이 캘리포니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해고통지를 뒤따르고 있다…

오늘 아침, 어떤 사람은 craigslist에 이런 광고를 냈다. “럭셔리가방, 팀벅2의 50%할인 쿠폰을 10불에 팝니다. 2월말로 만료되는 이 쿠폰들을 팔아, 그걸루다가 빵과 식품을 살돈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 럭셔리 가방을 하나 마련할까 두리번거리던 나는 황급히 그 중고장터의 문을 닫고 나왔다.

일용한 양식이 있는 자와 없는자, 일용할 양식을 벌 일자리를 보존한 자와 잃어버린 자, 집을 가진자와 집이 없는 자… 어쨌든 무언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선자리는 확연히 다르다. 티켓을 받아본 자와 받아보지 않은 자의 차이 따위보다 훨씬 깊고 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자리는 보다 넓게 보면 그보다 더 넓은 하나의 땅덩어리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그렇기에 상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연대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서로의 힘을 보태고 서로의 어깨에 기댈수 있을때 선 자리의 간격은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음에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좁아진 간격과 희미해진 경계를 넘어설 때야 비로소 함께 디딜 수 있는 조금 더 넓은 땅이 보일런지도 모른 일이다.

중간 결산

Wednesday, February 25th, 2009

지난주로 페이퍼의 첫번째 섹션을 마쳤다. 처음 10장쯤을 쓰는데, 거의 한달을, 다름 15장쯤을 쓰는데, 일주일을, 마지막 15장을 쓰는데, 삼일이 걸렸다.
그리고 리바이즈하는데 꼬박 이틀 반을 보냈다. 마지막 이틀반은 밥먹고 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않하고 페이퍼만 들여다 본 시간이다.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애간장을 태우면서 거칠디 거친 드래프트를 수정하는 일이 가장 함들었다. 과로와 몸살로 몸져 누운-좀처럼 없는 일이다- 너른나무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을 나올때, 한없이 대책없어지는 나자신때문에 끙끙 앓기도 했다.

무엇을 했던가? 답은 분명하다. “준비!”

그렇다. 나는 준비를 했다. 내내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했는데, 시간의 한계루다가 일필지휘로 페이퍼를 갈겨버린 셈이니, 나의 잠재력은 여전히 잠속에 묻혀버렸다…안타깝고 원통스런 일이로다…

또다른 비극적 자기발견이란, 잠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나에 대한 포기다. 오늘밤이 데드라인인데도 밤 10시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내가 아닌 것이다. 잠과의 전쟁에서 매일 아침 온몸에 상처투성이 패잔병이 되고마는 나를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결국, 내게, 마지막에 미친듯이…해치우는 일은 이제 더이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잠은 자야하니까…

반면, 한가지 자산을 크게 벌었다. 짜투리 시간을 짜집기하는 것…내게 예전에 짜투리 시간은 그냥 잃어버린 시간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관심사의 완벽한 이탈을 야기하는 짜투리 시간이었다. 논문의 주제는 순식간에 공중분해 되고, 분수에 안맞는 넓은 오지랍 덕에, 온세상의 일상다반사가 내 마음과 머리를 점령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한달간 한 일은, 어딜가서나 페이퍼를 꺼내놓고 읽는 일이다. 짐에서 달릴 때, 싸우나를 할 때, 아이를 기다릴 때…언제 어디서나 페이퍼를 꺼내놓고 단 한줄이라도 읽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건 매우 주효했다. 일단 눈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놈들이 내게 자꾸 물었다. 어쩔테냐? 그래서 어쩔테냐???

다음 데드라인까지는 3주가 채 안남았다. 내가 크게 변할 거라는 기대는 접자. 다만, 준비는 이제 조금만 덜하고, 짜투리는 조금만 더 모아붙이기로 하자. 이번에는 조금만 더 즐겁게 데드라인의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불쌍한 내 잠자리와 화해할 수 있기를…바래본다.

알아야 면장

Wednesday, February 25th, 2009

옛말이 하나 그른 것이 없다. 거의 한시간을 나의 Ms Word의 이상한 현상을 스스로 고쳐보고자 백방의 노력을 했다. 마침내 얻은 나의 결론은, 그냥 처음부터 다시!…그냥 무식하게 워드프로그램을 다시 깔기로 했다. 그게 더 빠르겠다.

컴퓨터는, 워드는 지난 몇년간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 왔는데,나는 내가 아는 단순한 워드 기능만으로 지난 수년간을 연명해왔으니 이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Building block과 관련된 에러메시지가 자꾸만 뜨는데, 문제를 당췌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개념과 기본적인 방법은 알겠는데, 딱 그만큼만 알겠다. Building block은 팩키지로 내가 필요로 하는 문서의 포맷을 설정해주는 일종의 보다 복잡한 매크로 기능이다. 이것이 2007 word의 대표적인 파워플기능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일단 싹다 갈아엎는 걸로 급한 불부터 끄고, 배우고 익혀야 겠다. 몸과 머리가 20년전 워드프로세서에 머물러 있는데, 자꾸 컴퓨터만 개비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이가 60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오늘을 살고 싶다면, 때때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

깨달음

Saturday, February 21st, 2009

봄같다! 하는 바로 그 다음 순간 오는 깨달음,
아, 벌써 봄이었군…

깨달음이란 언제나 이렇게 한 발자국씩 뒤에서 쫒아오는 것일까.

2009년 2월 20일

무신 소리를 하는지

Saturday, February 21st, 2009

페이퍼를 쓰는데, 이렇게 썼다.
“welfare수혜자들에 대한 종단적 연구는, 이런저런 썰들을 검토한 바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샘플은 welfare수혜자들이다?!”

이 무슨 중언 부언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한국말로 바꾸니 더욱 이상해보인다.
좌우지간, 이런 모든 징후들은 말하고 있다.
지금 내 발등의 불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고…후우.

갑자기, 아주 오래전 사과토론시간에 했던 내 후배의 발제 첫마디가 떠오른다.
“피의 일요일은…음..음…그니까..피의 일요일은…일요일에 일어 났거덩요…”
어쩌면 그때, 그 녀석의 발등에서도 무언가 타고 있었나보다.

인연

Thursday, February 19th, 2009

이사를 갈 집이 참 좋다. 어플라이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지난 일주일 동안, 구글맵으로 위에서 한번, 앞에서 한번, 빙빙 365도 돌려서 한번, 줌인 줌아웃해서 또 한번씩 찾아보곤 했다. 그 집을 다시 가보지는 않았다. 견물생심이니까…그저 시간에, 순리에 맡겨보자하면서 기다렸다. 안되면 돈굳고 시간 굳는 것이고, 되면, 정말 좋은 것이다. ‘조곰’ 바쁘게 심기일전하면서, 나중에 진짜 우리 집을 찾을 때까지 잘살아보세… 하는 거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시스템을 마음 속에 구축하니 기다림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그 집주인들을 예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 집을 보고 왔을 때, 너른 나무에게 전에 다른집 보러 갔을 때 만났던 부동산 중개사 부부랑 너무 닮았다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그러다, 어제, 마침내, 렌트 계약서를 쓰러 갔는데, 이제 우리와 이웃하며 살며 주인집이 될 그들이 부동산 중개사 일을 한다는 것이다!!! 핫핫하! 역시 맞았다. 우리는 지난 가을에 그들이 중개하는 렌트집을 보러간 적이 있었다. 이 날카로운 눈썰미와 명민한 기억력은 어째 공부할 때만 그렇게 맥을 못추는 지 모를 일이지만, 연신 참 신기하다, 신기하다, 신기한 인연이구나…하면서 집에 왔다.

오늘 아침, 페이퍼의 한 문단을 쓰다가, 문득, 예전 그 때에, 그녀를 만났던 첫모습이 생뚱맞게 떠오르는 것이다. 이제는 기억도 희미한 낯선 집의 거실에 서서 배가 제법 불러있는그녀에게 언제가 예정일이냐 등등을 물었던 첫만남, 열심히 사는 젊은 부부구나 하는 혼자 생각들이 너무도 생생한 이미지로 딱 떠올랐다. 그들 부부가 얘기한 두달 배기 아들녀석, 브라이스가 바로 그때 엄마 배 속의 그 아가였다는 생각에 미치니, 세상일이 점점더 신기해진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다. 이렇게 스치고 겹치고 그리고 모르고 지나친 인연들이 또 얼마나 될까…구글 맵마냥 위에서고 아래서고 옆에서고 빙빙 돌려가며 내 인생에 그어졌던 인연들을 들여다보면 참 재미날 것 같다.

이사 간다

Wednesday, February 18th, 2009

산더미 같이 할 일들이 쌓여있다.
그런데, 그 위에 묵직한 거 하나 더 얹었다.
이사 간다. 다음달 두번째 페이퍼 끝내자마자…
내가 과연 제정신인가 하고 되묻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사 갈테다!

행복한 전화질

Sunday, February 15th, 2009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 너른나무는 어린나무를 데리고 학교에 일하러 갔다.
필름 편집일때문에, 평소와 달리 낮잠도 못자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사실 엄청 망설였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할까 말까 할까 말까 말까 말까 말까…말자!
두눈 딱 감기로 했다.
그리하여 두 나무들은 학교로 껄렁대며 갔고, 나는 파네라에 박혔다.

너른 나무가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아이와 농구를 보러간다 했다.
간만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프렐림 페이퍼의 서문을 쓰고 있는 중인데,
아이랑 아이 아부지가 자꾸 전화질이다.
핸드폰을 안가지고 와서 스카이피를 열어두었는데,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떠나간다 @@

아이쿠, 농구장에서도 인터넷이 되는 세상이란다.
너른나무가 띠리링~ 나타나더니 묻는다.
아이가 두번째 남자게임을 더 보고 싶어하는데 어쩌지?
저녁 여덟시를 향해 가는 시간에, 이들은 보이스카웃 초콜렛을 사먹으며
배를 주린채, 농구경기를 즐기고 있단다.
그리고 나는 실로 모처럼만에,
배를 주리고 사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해 한말씀 논하고 계시다.
함성소리 사이로 들려왔던 두 나무들의 신나는 목소리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해. 고맙다…

2009년 2월 14일

완장

Saturday, February 14th, 2009

아이와 한시간 동안 중국어 숙제를 했다. 기진맥진이다…

아이는 지난 가을부터 토요일마다 중국어 학교에 다니고 있다. 9월 학기에 맞춰 시작한 아이들보다 두달여 늦게 시작한 관계로, 산더미같은 밀린 공부를 안고 시작한 중국어다. 사실, 아직 한글도 완전히 깨치지 못한 아이에게 중국어가 가당한 것인지를 잠깐 고민도 했지만, 아이의 친한 친구들이 모두 중국계였고, 중국인이 다수인 동네에 사는 관계로, 아이는 중국어를 곧잘 따라하기도 하고 재미있어 하기도 한터였다. 때마침, 아이의 친구엄마가 중국인 학교이야기를 꺼내기에, 친구따라 강남가는 심정으로 아이를 중국인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학교가 심상치 않다. 첫날 학교에서 만난 교장선생님은 완장을 팔에 두르고 있었고, 딱딱하고 경직된 선생님은 그 얼굴이 그대로 완장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그 완장들이 처음부터 밀려 버린 숙제를, 아직 배우지도 않은, 이제 막 그 언어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한번에 해치울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있다. 지난주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엄마편으로 나는 내 뜻을 전했다. 나는 그저 아이가 새로운 언어에 노출되기를 원할뿐, 이 아이에게 산더미같은 숙제를 그저 강요해서 하게 하지 않겠다고…그 엄마를 통해 전해들은 선생의 답은 늦게 시작한 아이들이 뒤쳐지는 것을 원치 않노라고, 그리하여 무조건 숙제를 한번에 끝내라는 것이었다. 퍼뜩, 완장이 떠올랐다…그러자 절대로 내 아이에게 뜻모를 숙제를 단박에 끝내게 강요하지 않을거라는 불굴의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내일 중국어 수업이 있다. 아이와 나는 숙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린나무가 하는 말이, 중국어 폴더 안에, 학부모가 매주 아이의 공부를 열심히 도와주었다는 싸인란이 있는데, 엄마는 한번도 싸인을 안했다고, 선생님이 18주치의 싸인을 모두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싸인을 하는 란이 있는 줄도 몰랐고, 하라고 일러준 적도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구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린나무, 너는 처음 10여주를 늦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내가 여기 싸인을 해? 그건 거짓말이쟎아…”하고 말했더니, 아이는 그래도 무조건 싸인을 해 오라고 했는데 어떡하냐고…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나싶어 싸인을 하는데, 불현듯 다시 떠오른 것은 ‘완장’이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가 화가 났는지?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그 선생님에게 화가 났는지??? “아니야, 아니야, 엄마는 완장에게 화가 난 거야.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지려고 해.” 이렇게 말하려다, 꾸욱~ 입을 다물었다.

그리하여, 나는 열불을 꾹꾹 눌러가며, 아이의 선생에게, 편지를 썼다. 아이에게 중국어 공부를 벼락치기하듯 시키고 싶지 않다고, 그저 한걸음 한걸음 재미나게 배워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니가 이해하시라고!

이렇게 힘든 숙제를 끝내고 아이는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딱딱한 완장 펄럭이는 저 중국어 학교에 아이를 계속 보낼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주 중국어 숙제를 도와주는데, 아이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중국어 선생님이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워, 하지만 엄마는 참 재미있어…”

오늘 중국어 숙제를 도와주는데, 아이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중국어 시간은 마치 한시간이 15시간이 되는 것 같아…”

접속

Friday, February 13th, 2009

아이와 도서관에 왔다. 어린나무와 나는 President Week Holidy를 맞이하야, 기쁘디 기쁜 마음으로 도서관에 왔다. 몸과 마음의 양식으로 가방을 꽉꽉 채우고 나니, 여전히 도서관을 가기에는 너무 이른 아침이다. 한 시간 이상을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20분만!”의 정신을 되살려 페이퍼리딩을 하다가, 10시에, 드디어, 도서관에 왔다.

아이는 기탄한글 2회분과 수학책, 중국어 문제지, 그리고 요즘 흠뻑 빠진 Wimpy Kid 3권을 싸들고 왔고, 나는 언제나처럼 고스란히 나와 함께 잠들어있던 나의 가방을 간편히^^;; 들고 왔다.

그리고…
아이는 내 옆에 착 붙어 앉아, 만화책 한권을 읽고, 수학문제 세바닥을 풀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멀티테스킹을 일찌감치 습득한 것임에 분명하다.  아이가 내는 재미난 퀴즈는 끝없이 이어지고, 만화책의 재미난 장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렇게 이 아이는 끊임없이 나의 세상과의 접속을 시도한다.

아아, 이 접속은 어찌 이리도 달콤하며 쌉싸름하단 말인가. “어린나무, 너어~!” 하고 눈꼬리를 치키는 바로 그 순간, 이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나는 사뿐히 그의 세계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10분마다 아이와 나의 세계를 넘나들다, 나는 드디어 그를 레고닷컴의 세계로 보냈다. 그리하여 적어도 삼십분간, 나는 자유로다…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