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며 살기

August 31st, 2010

새벽밥 지어먹고 어린나무와 너른나무 손 잡고 학교에 갔다.
이번학기부터 어린나무를 방과후 프로그램에 보내기로 했다.
일년간을 고심고심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등록비 175불, 한달에 600불을 내야 하는터라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번학기부터 일주일에 3일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나머지 이틀은 아이가 친구들과 플레이데잇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2년만에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으로의 복귀다.
길고 긴 페이퍼웤을 끝내고 새로운 교실에 들어가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는 너른나무의 학교로 출근했다.
이제, 앞으로 나는 일년간 그의 사무실에서 논문과 맞붙을 것이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맞기는 돈 값,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싶다.

새로운 시작

August 28th, 2010

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이다. 아이의 학교는 새학년이 시작되기 전 금요일밤에 담임선생님과 학급배정을 오피스 앞에 공고한다. 오늘이 그 금요일밤이였다. 참으로 무심한 부모인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오늘 하루동안-어제까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걸 깜빡했고, 올해도 역시 어린나무 친구 엄마의 전화로 그것이 오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갓지게 온가족이 영화를 본 느즈막한 저녁, 션의 엄마 제니가 전화를 했다. 올해따라 발표가 늦어 저녁내내 학교를 들락날락했다는 그녀는, 어린나무가 올해도 션과 같은반이고 또 우리가 바라마지 않던 코리선생님의 반이 되었다는 낭보를 전했다. 심지어, 그녀는 너무 기뻐서 집에 가는 내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리하여, 바람부는 차가운 밤, 우리는 예정에도 없던 동네마실에 나섰다. 밤 10시를 향해가는 시간에 학교 앞마당은 자동차의 빨간 불빛들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에 아이보다 더 설레여 보이는 엄마들이 모여 서서 반편성유감을 이야기하는 진풍경을 보며,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사는 풍경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까치발을 하고 선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확인해 내려가는데, 어라, 아이들의 이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새어보니 35명, 작년의 20명에 비하면 거의 두배의 아이들이 같은 크기의 교실에 한명의 선생님과 함께 새학년을 시작할 예정이다. 작년 내내 우리는 피켓팅을 하고 데모를 하고 돌아댕겼으나, 결과는 무참하게도, 35명으로 늘어난 학급이라니, 하늘도 무심타. 그래도 잃어버릴 뻔했던 교장선생님을 되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이제 우리 아이들은 음악도, 체육도, 그리고 특수교육도 없어진 학교에서 새학년을 시작한다. 그래도 이 아이들에게 흥겨운 노래와 신나는 몸짓들이 일년내내 쉴새없이 이어지기를, 그리고 조금씩 불편한 친구들이 전보다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그리하여 우리 모든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살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긍정의 힘!

August 27th, 2010

세상에나…100개가 넘게 차 있는 커멘트 함을 열어보니, 스팸들이 줄줄이 나라비를 서 있다. 이건 거의 논문수준이다. 기럭지로 말이다. 나보다 많이 썼다^^;;;

Hey! This is really cool, exactly what I was looking for.
Nice post!
There are excellent ideas and nice post…

느그들이 우째 나의 한글을 알아먹겠느냐만…참 느그들도 먹고 살기 힘들겠다… 심드렁하게 하나 둘 읽어내려가다 칭찬일색인 커멘트에 슬며시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런 것도 긍정의 힘일라나…

어쨌건, 그제서야  깨닫는다. 지금 내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 긍정의 힘!

나도 모린다…

August 26th, 2010

어제밤 자기 직전에 너른나무가 물은 말은 그제밤 자기 직전에 물은 말과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나는 이상한 손은 가졌다. 내가 힘이 좀 남들보다 쎈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문제의 중심은 ‘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제 저녁에는 저녁준비를 하려고 찬장의 문을 이 손으로 날래게 열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10년묵은 찬밥뎅이 코렐접시 한장이 톡 떨어지면서, 그 아래 놓여있던 귀하디 귀한 나의 쌔삐 티팟을 순식간에 박살을 내 버렸다.

바로 이 놈 되시겠다. 매디슨의 state street에서 70불이 넘는 이 녀석을 40불에 사고 내가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리고 얼마나 애지중지 싸가지고 비행기를 탔던가…하지만, 불과 일주일을 쓰고 난데없는 코렐접시의 습격에 장렬히 전사하셨다. 그날밤 너른나무는 정말로 너무나 의아한 모습으로 물었다. “정말로 어떻게 한건데?”
생각해보면 의아할만도 하다. 이놈 전에 비슷하게 생긴 유리 티팟 한놈이 우리집에 살았다. 마샬에서 너른나무가 쾌재를 부르며 10불에 데리고 온 놈이였는데 우리집에서 석달을 못버티고, 깨져나갔다. 그저, 내손이 닿고 나서의 일이였다.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쓰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쉰도 비스무레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유리컵도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 그때도 잠깐 내 손이 스쳤을 뿐이다…

그리고 어제밤, 자려고 양치를 하는데, 너른나무가 사랑하는 바이닷컴에서 10불에 득템한 원적외선 칫솔통의 전구가 내 손이 살짝 힘을 줘서 뚜껑을 닫으려는 순간, 빠자작 깨졌다. 전구만 빼고 사고를 급무마하려했으나, “시원한 나무, 너 또 무슨 짓을 한거야?” 너른나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모린다! 나도 모린다. 나도 내 손에게 속시원히 물어보고 싶은, 딱 그 심정이었다. 물끄럼히 내 손을 들여다 보았다. 여전히 손은 말이 없다……

나참, 살면 살수록 젤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 바로 나, 나 자신이 아닌가 싶다.

한편 더?

August 26th, 2010

이 새벽3시에 말이다. Ph.D Comics에 가서 만화 몇편을 읽으면서 아침 일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아예 Cecilia로 빙의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더?

심금을 울리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지금 거대한 산 하나를 오르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SIGH…

“틈틈히” 시간내서…

August 25th, 2010

***Make time for healthy meals***

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suggests how to prepare healthy meals, despite a hectic schedule:

1. Try to plan and cook upcoming meals when you’ve got the time, such as on weekends.
2. Prepare morning breakfast the night before.
3. Don’t worry about making a fancy dinner; opt instead to spend time together and enjoy something healthy. Try a simple sandwich, soup or salad.
4. Plan for quick meals on the go, but avoid fast food.

이게 말이다. 다 아는 일인데, 절대로 못지키는 일들이다. 하지만 먹는 것을 만드는 일이 노동이 아니라 놀이가 되려면, 그리하여 같이 먹는 일이 즐거운 나눔이 되려면 꼭 몸에 배어야 할 습관들이다. 적어 두자. 그리고 틈틈히 시간내서 식단짜고, 전날 도시락 싸놓고…그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는 일도 내 인생에 간혹 한둘은 있지 않겠나 하는 바램이다.

나는야 home expert!

August 25th, 2010

어제 동네 도서관에서 30여권의 책을 빌려온 어린나무가 책을 온통 바닥에 늘어놓고 왔다리 갔다리,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면서 읽고 있다. 워낙에 깔끔한(!) 성품의 내가 한마디 했더니, 아이가 하는 말이 “엄마, 내 방 책장이 가득 차서 책을 꽂을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이건 엄마가 해줘야 해요.” “아들아, 왜, 대체 왜 내가 네 책을 정리해야 한단 말이냐?”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엄마는 home expert쟎아요…”

우리들의 home expert,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고 화장실을 청소하던 중, 청산유수, home expert의 아들을 큰소리로 불렀다. “아들아, 봐라. 이 좋은 home expert, 이제 너도 같이 하자.” 그랬더니, 우리의 home expert아들 줄행랑을 치며 말한다.

“나는야 home expert말고 다른 expert할래요!”

흠…두고 보거라, 아들아. 누구든 제 사는 자리 쓸고 닦고, 제 입에 들어가는 거 신명나게 해 먹을 줄 알아야 제대로 된 다른 expert도 될 수 있는 거란다. 곧, 너도 나와 함께 욕조를 닦고 청소기를 돌릴 그 날이 오고 있다. 으흐흐흐…

물 한바가지

August 25th, 2010

어제밤에 9월 데드라인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프로젝트의 문헌연구 첫번째 파트를 마무리해서 선생님께 보냈다. 오늘 아침 어린나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출근하기 전, 온 집을 털면서 대청소를 하다. 아이가 책을 읽다가 문득 말했다. “어, 엄마 어제 데드라인이였는데, 살았네???”
끊임없이 띵똥거리는 아이패드를 열어 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애쓰다. 겁쟁이…어언 3시간에 걸친 대청소를 다 끝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도서관에 왔다. 적도에서 남극으로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한 느낌이다. 에어컨의 찬 서릿발에 벌벌벌 떨다. 으슬으슬 떨면서, 일치감치 새벽 4시에 도착했던 우리 선생님의 이메일을 열었다……

우하하하! 참 잘 했단다:):):) 마이너한 부분만 손대고 그대로 리포트에 넣자고 했다.

오랜만에 시원한 물한바가지 마신 기분이다. 자, 그럼 또 파자. 다음 데드라인이 또 다가 오고 있다.

preghiera

August 14th, 2010

딱 이거 한가지만 지키면서 살게 하소서.

“무조건! 지금!! 당장!!! 쓰기 시작하기”
한줄의 읽어둔 자산이 없더라도 일짝 시작하면,
갈 수 있음을 압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걸 잊지 않게 하소서!

이럴 때, 너른나무가 얹어줬을 마지막 한마디…
“니 말 배우나?”

물줄기를 찾아서

August 12th, 2010

내가 무딘 축에 드는 인간이기는 하나, 이런 건 나도 조금 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면 좋은 기운이 난다는 것 말이다.

오늘 저녁 60이 다 되셨으나 세상 전체를 탐구하시느라 나이드실 새가 없으신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을 만나 몸과 마음의 밥을 얻어먹고 왔다. 어려서 그분이 쓰신 사회과학 이른을 읽으며 나는 유럽의 사민주의와 복지국가에 대해 배웠었다. 20여년이 지나서 그분을 직접 뵙다니 인생도, 사람의 인연도 참 모를 일이다.

어쨌든, 지금도 논문을 쓰는 우리 학생들보다 더 신명나게 공부하시는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게 있었다. 30년 넘는 공부가 정말로 계속 재미있으신지, 힘겨운 날들은 많지 않으셨는지…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해보아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그 무엇을 디립다 디립다 파 봐라. 그러다 물 한모금 얻으면 목 축이고, 그 힘으로 또 디립다 파들어가다 또 물 한모금 모이면 떠 마시고…그러다 보면 사통팔달로 물길은 불길처럼 번져가고 광맥찾는 즐거움, 수맥찾는 즐거움, 중간 중간 물떠먹는 즐거움…그게 다 저마다의 공부고 사는 일이다. 때로 디립다 팠으나, 말라버린 땅일수도 있고, 딱 한바가지 물 뜨고 그만인 땅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땅을 다시 처음부터 파야 할때는 참으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그 모든 땅파기, 새로움을 찾아 배우기를 그만두는 순간이 바로 그 인간이 죽는 순간인 것이다. 늙지 않고 싶다면 계속 너만의 땅을 깊이 파고 또 파라…

이렇게 써 놓고도 난 또 까마득하게 잊고 얼마간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파기로 하자. 그것이 맨땅이든 물이 펑펑 솟는 오아시스든, 파보아야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래도 계속 궁금기는 하다. 지금 파는 이 땅 밑에서, 나는 과연 내 마실 시원한 물 한바가지는 건질 수 있을려나, 어쩔려나…